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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포트폴리오, 리서치에 생각을 남기는 방법

AuthorMeir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패션과 alumni, Central Saint Martins 파운데이션 수료. 현재 디자인 교육자 활동 중

리서치 자료에 어노테이션을 남긴 예시

선생님 안녕하세요, 이번 수업에서 제 작업에 생각을 남기라고 조언 주셨습니다. 제가 만든 작업은 작업 의도를 알기 때문에 코멘트를 남기기 쉽습니다. 그런데 제가 리서치한 자료들, 예를 들어 아티스트의 작업 사진, 건축물 등에는 어떻게 생각을 남기면 좋을까요?

- J 드림

어노테이션이란?

안녕하세요, J님.

스케치북이나 리서치 자료에 아이디어, 분석, 의도 같은 자신의 생각을 적는 것을 어노테이션(annotation)이라고 부릅니다. 코멘트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영국 학교에서는 학생이 스케치북 어노테이션을 잘하는지 여부를 평가 기준으로 쓰기도 한다더군요.(CSM 다닐 때 알았으면 좋았을걸…) 저는 그냥 편하게 둘 다 쓸게요.

왜 포트폴리오에서 중요한가?

어노테이션은 한국에서 유학을 준비하는 J님에게 힘이 되어줄 겁니다. 아시겠지만, 한국에서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포트폴리오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습니다. 어노테이션은 스스로의 힘으로 유학을 준비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을 구분해줄 겁니다. 그림은 대신 그려줘도 생각은 절대 대신 못 해주거든요. 어노테이션을 통해 학생의 생각 수준을 가늠할 수 있습니다.

앤트워프에서 배운 것

앤트워프 왕립예술학교 신입생 시절, 제가 존경하던 선생님이 계셨습니다. 기초 학년에서 가장 중요한 디자인 과목 담당이셨고, 우리가 아는 앤트워프 출신 패션 디자이너들 중에서도 이분께 디자인을 배우신 분들이 꽤 있을 겁니다.

신입생 시절 과제량은 너무 많아 디자인 과제도 겨우 해가곤 했었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밤 디자인 과제를 하는데 유난히 디자인이 참 재미있게 느껴지더군요. 그래서 교수님이 요청하시진 않았지만 디자인도 몇 개 더 그리고, 디자인 의도를 어노테이션으로 남긴 적이 있습니다. 디자인을 왜 하게 되었는지, 이 디자인이 청중에게 어떤 심리적 효과를 미칠지, 재료는 뭘 쓸지 등 말입니다.

다음 날 디자인 수업을 받는데, 교수님이 디자인을 컨펌해주시면서 코멘트를 유심히 보시더니 흐뭇한 표정을 지으시더니 사인을 남겨주시더군요. 말로 피드백을 해주지 않는 교수님께서 남겨주시는 신호 같은 것이었습니다.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여과 없이 적어둔 것이라 별 생각은 없었지만, 교수님에게는 제 아이디어를 이해하는 통로가 된 셈입니다. 서로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 사이에서 효과적인 수단이었습니다.

이야기가 조금 길어졌지만,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것은 이겁니다.

어노테이션은 내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면서, 동시에 상대에게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수단

무엇을 어노테이션으로 남겨야 하나?

그럼 무엇을 어노테이션으로 남기면 좋을까요?

아래 5가지를 적으면 충분합니다.

  1. 출처(Source)
  2. 분석(analysis)
  3. 연결 지점(Connection)
  4. 의도(Intention)
  5. 실행할 것(Actions)

1. 출처(Source)

출처는 이 자료가 어디서 온 것인지를 말합니다. 작품이라면 작가명, 작품명, 연도, 자료 출처를 적습니다. 이 자료를 다시 찾으려면 어떻게 찾아야 할까?에 대한 질문의 답을 적으시면 됩니다.

  • X : 핀터레스트
  • O : [작가], [작품명], [연도], [원출처]

2. 분석(Analysis)

분석은 자료에서 관찰한 구체적인 요소와 이에 대한 해석을 말합니다. 리서치한 작품은 어떤 형태인가, 비율은 어떤가, 무슨 재료를 썼는가, 색은 어떻게 보이나, 질감은 어떤가 등 말이죠. 분석을 할 때는 내 눈에 가장 먼저 들어오는 게 뭔지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 X : 분위기 좋다, 이쁘다
  • O : 일정한 크기의 동그라미가 반복되어, 마치 작품 전체가 거대한 도형처럼 보인다

3. 연결 지점(Connection)

연결 지점은 이 자료에서 분석한 내용을 내 작업과 어떻게 연결시킬 것인지에 관한 것입니다. 패션의 경우, 리서치 자료의 요소를 옷의 어떤 부분으로 옮기면 좋을지 생각해보면 좋습니다. 이 작품을 옷으로 옮기면 뭐가 되지? 이 자료에서 딱 하나의 요소만 뽑아 쓴다면?이라고 물어보면 좋습니다.

  • X : 이 그래픽을 나중에 옷 디자인할 때 써야겠다
  • O : 일정한 크기의 동그라미 반복을 텍스타일 그래픽 패턴으로 활용한다

4. 의도(Intention)

의도는 이 요소를 활용함으로써 어떤 결과를 만들고 싶은지에 관한 것입니다. 내가 전하고 싶은 인상, 감정, 메시지를 생각합니다. 청중들이 이걸 봤을 때 무슨 감정을 느꼈으면 좋을까? 왜 그런 걸 전달하고 싶은가?를 스스로에게 물어보면 좋습니다.

  • X : 좋아서 만들었습니다
  • O : 단순한 그래픽 요소도 반복되면 무한한 확장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5. 실행할 것(Actions)

이 아이디어를 결과로 만들기 위해 당장 실행할 수 있는 행동을 말합니다. 실험, 샘플 제작, 드로잉, 추가 리서치 등 구체적인 행동 예시를 적습니다. 이 아이디어가 맞는지 확인하려면 뭘 해야 하지? 이 아이디어를 디벨롭시키려면 무엇이 필요하지?라고 스스로 물으면 좋습니다.

  • X : 더 디벨롭해볼 것
  • O : 2cm 지름의 동그라미 패턴을 30x30cm 원단 샘플 위에 그려본다

양식은 어떻게 해야 하나?

양식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좋습니다. 다만 최소한 출처는 꼭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가 없으면 남의 작업인지 아닌지 알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떤 코멘트가 교수님들 눈에 띄는지는, 디자인 수업 때 직접 보여드릴게요.

유학을 준비하며 처음 포트폴리오를 만드는 분께, 어노테이션은 생각을 정리하는 도구이자 그 생각을 전하는 수단이 되어줄 것입니다.